데미스 허사비스 — 알파고 10년, 노벨상까지 간 사람

데미스 허사비스는 알파고와 알파폴드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CEO입니다. 체스 신동, 망한 게임 회사 사장, 뇌과학 박사를 거쳐 2024년 노벨화학상까지 받았습니다.

체스 신동 데미스 허사비스, 게임 회사가 먼저 망했다

허사비스의 첫 직업은 AI 연구자가 아니라 게임 개발자였습니다. 1976년 런던에서 태어나 열세 살에 세계 유소년 체스 랭킹 2위까지 올랐고, 열일곱 살에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1998년에는 자기 회사 엘릭서 스튜디오를 차렸죠. 야심작 ‘리퍼블릭’과 ‘이블 지니어스’는 평가에 비해 팔리지 않았고, 회사는 2005년 문을 닫았습니다. 서른 살을 앞두고 실패한 게임 회사 사장이 된 그가 향한 곳은 대학이었습니다. UCL에서 기억과 상상을 연구해 뇌과학 박사가 됐는데, 게임 속 가짜 지능에 한계를 느꼈으니 진짜 지능을 공부하러 간 셈입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연대기 인포그래픽 — 체스 신동에서 알파고, 알파폴드 노벨화학상까지

데미스 허사비스는 왜 하필 바둑을 골랐을까

당시 바둑이 AI가 넘지 못한 가장 상징적인 벽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다는 그 게임이요. 허사비스는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하며 목표를 한 줄로 적었습니다. 지능을 풀고, 그것으로 나머지 전부를 푼다. 2014년 구글이 이 회사를 인수했고, 2016년 3월 서울에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다섯 판이 열렸습니다. 결과는 4 대 1. 한국에서 ‘AI’라는 말이 전 국민의 단어가 된 사건이었죠. 다만 기억할 숫자는 4가 아니라 1입니다. 제4국 78수, 이세돌 9단이 찾아낸 그 한 수의 대국은 인간이 알파고를 이긴 마지막 공식 대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게임 다음은 단백질 — 알파폴드와 노벨화학상

바둑 이후 허사비스가 고른 과녁은 과학의 50년 난제였습니다. 아미노산 서열만 보고 단백질이 어떤 모양으로 접히는지 맞히는 문제죠. 알파폴드는 이 예측을 실험에 준하는 정확도로 해냈고, 딥마인드는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 예측 결과를 무료 데이터베이스로 풀었습니다. 2024년 10월 허사비스는 동료 존 점퍼, 미국의 데이비드 베이커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노벨위원회, 2024년 10월 발표). 지금은 구글 딥마인드와 AI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픽 랩스를 함께 이끌고 있는데, 아이소모픽은 2025년 6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알파폴드의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표로 보면 이 경로의 낙차가 더 잘 보입니다.

연도 장면
1976 런던 출생, 13세에 세계 유소년 체스 랭킹 2위
1994 17세, 게임 ‘테마파크’ 개발 참여
1998~2005 엘릭서 스튜디오 창업과 폐업
2010 딥마인드 창업 (2014년 구글 인수)
2016 알파고, 서울에서 이세돌 9단에 4 대 1
2024 알파폴드로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
2026 알파고 대국 이후 10년 만의 방한 소식

10년 만의 서울, 그리고 남은 질문

2026년 4월, 허사비스가 ‘구글 포 코리아 2026’ 참석차 10년 만에 방한한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에 전해졌습니다(2026년 4월 보도). 알파고의 서울과 노벨상 이후의 서울 사이, 꼭 10년입니다. 같은 시대의 젠슨 황이 모두에게 곡괭이를 파는 사람이라면, 허사비스는 그 곡괭이로 어디를 팔지 고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 선택은 줄곧 게임 점수판이 아니라 과학이었고요. 물론 딥마인드도 구글의 상업 조직이고, AI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회사라는 사실은 남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 체스판 앞의 열세 살이 노벨상 시상대까지 가는 데 48년이 걸렸고, 그 중간에 망한 회사 하나와 서울에서의 다섯 판이 있었다는 것.

자주 묻는 질문

Q. 알파고는 지금도 바둑을 두나요?

아닙니다. 2017년 커제 9단과의 대국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기술은 알파고 제로와 알파제로로 이어졌고, 그 계보의 끝에 알파폴드가 있습니다.

Q. 노벨상을 왜 물리학상이 아니라 화학상으로 받았나요?

알파폴드가 푼 단백질 구조 예측이 화학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물리학상은 AI 연구의 기초를 놓은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에게 돌아갔습니다.

Q. 데미스 허사비스와 샘 올트먼은 뭐가 다른가요?

올트먼이 챗GPT라는 대중 서비스로 AI를 일상에 밀어 넣은 사업가라면, 허사비스는 과학 난제를 과녁으로 삼는 연구자형 경영자입니다. 두 사람 이야기는 샘 올트먼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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