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는 시대, 정명부터 물어야 한다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맡겨도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남는다. 논어가 말한 정명(正名)이 그 경계를 그려준다.

9월 9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AI월드 2026’ 현장, 발표자들의 말은 하나로 모였다.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질문에 답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만호 KT AX플랫폼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일했다면 이제는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과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 됐다.”

AI 에이전트에게 위임할 일과 사람이 책임질 일을 나눈 정명 인포그래픽

AI 에이전트, 도구에서 동료로

LG유플러스에는 임직원 약 1만1000명에 맞먹는 1만여개의 업무용 에이전트가 사내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 한영섭 LG유플러스 AI R&D 랩장의 발표에 따르면, 이 에이전트들은 통신망 장애를 감지하고 원인을 분석해 담당자에게 통보하는 일까지 맡는다. 70여개 절차를 거쳐야 했던 정산과 청구서 작성, 엑셀 작업도 자동으로 처리한다.

숫자만 보면 사람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장의 발표자들은 정반대를 말했다.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바뀌었다는 것이다.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

김인수 SK텔레콤 AI보드 리더는 AI 네이티브 기업을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도록 회사 자체를 다시 설계한 회사”라고 정의했다. 목표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AI에 일을 위임하는 형태라는 설명이었다. 그가 꼽은 AI전환 리더십의 세 가지 역량은 다음과 같다.

  • 문제 정의력 —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 먼저 결정하는 힘
  • 위임 판단력 — 사람과 AI가 각각 맡을 영역을 구분하는 힘
  • 결과 검증력 — AI가 내놓은 결과를 사람이 확인하는 힘

세 가지 모두 AI가 아니라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AI 에이전트 책임의 무게가 위임하는 사람 쪽으로 옮겨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명 없는 위임은 왜 무너지는가?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를 잃고, 말이 순리를 잃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을 뒤이어 밝혔다.

이 구절을 오늘의 사무실로 옮기면 이렇게 읽힌다. 에이전트에게 무슨 일을, 어디까지, 누구의 이름으로 맡겼는지 분명하지 않으면 그 위임은 시작부터 흔들린다.

당근마켓 박용권 커뮤니티실 엔지니어링 리드는 이름이 바로 서지 않은 위임이 남기는 대가를 세 가지로 나눴다. 기술 부채, 인지 부채, 의도 부채다. 에이전트가 만든 코드는 빠르게 쌓이는데 검토가 밀리고, 판단 근거를 동료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사람에게 남은 것은 결과에 책임지는 영역이다.”

AI 에이전트 책임을 나누는 3가지 기준

정명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역할표 한 장에서 시작한다. AI월드 2026 발표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사람의 몫 AI 에이전트의 몫
문제 정의 무엇을 풀지 결정 정의된 문제를 실행
위임 범위 맡길 영역과 예외 상황 설정 정해진 규칙 안에서 처리
결과 검증 최종 승인과 책임 결과 초안 생성

윤민호 한컴 응용제품개발실 실장이 인용한 자료는 이 표가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직장인의 74%가 주 1회 이상 업무에 AI를 활용하지만, 성과를 체감한 경영진은 7%에 그쳤다. AI 에이전트 활용 사례 가운데 실제 운영 단계까지 이른 비중도 11%에 불과했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이름이 아직 바로 서지 않은 셈이다.

논어 정명이 알려주는 오늘의 자리

퇴근길 지하철에서 회사 메신저에 새 에이전트 도입 공지가 뜬다. 겁부터 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공자가 자로에게 건넨 답은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었다. 먼저 이름을 바로잡으라는 말이었다.

내 업무 중 어디까지가 에이전트의 이름이고, 어디서부터 내 이름인지 그어보는 일. 그 선 하나가 AI 에이전트 시대에 사람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자주 묻는 질문

Q1. AI 에이전트와 챗봇은 무엇이 다른가요?
챗봇은 묻고 답하는 데서 끝나지만,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를 실행한 뒤 결과까지 만들어낸다. 기본 개념은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에서 더 쉽게 정리했다.

Q2. 논어의 정명(正名)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이름과 실제 역할을 일치시킨다는 뜻이다.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를 잃고, 결국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봤다. AI 에이전트에 적용하면 역할과 책임 소재를 먼저 분명히 하라는 말로 읽힌다.

Q3. 회사가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직원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힘, 위임할 범위를 판단하는 힘, 결과를 검증하는 힘이다. AI월드 2026에서 SK텔레콤 김인수 AI보드 리더가 꼽은 세 역량이자, 에이전트 시대에도 사람에게 남는 몫이다.

참고: 윤홍집, “AI에이전트, 보조 넘어 직접 일하는 시대… 기업 조직·업무 재설계를” [AI월드 2026], 파이낸셜뉴스, 2026.09.09. (기사 원문) 이 글은 사람이 취재한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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